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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인터뷰 : henooc 의 노현욱

조회 수 1864 추천 수 0 2009.11.18 12: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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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인터뷰는 지난 봄에 작성한 내용을 따로 편집하여 옮긴 것입니다.

디자이너 노현욱을 만나기로 한 건, 순전히 개인적인 프로젝트 때문이었어요. 예전에 블로그를 운영할 때부터, 저는 "한국의 패션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를 주제로 백 명의 리스트를 작성했던 것이죠. 그는 07년부터 주목 받기 시작한, <디자이너 그룹 401 by> 의 운영자이자, 브랜드 henooc 을 창시한 디자이너입니다. 그러니 만약 한국 패션의 한 축인 신진 디자이너를 탐구해야 한다면, 제일 먼저 그를 만나는 게 당연한 순서였지요. 그러면서 알게 되었는데,

그는 06년부터 개인 홈피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글만 하더라도 거의 오백여 개에 달했죠. 당신도 알겠지만, 누군가의 오랜 일기를 들여다보는 것은 때로 사람을 먹먹하게 하잖아요. 지난 사랑과, 이루지 못한 꿈과, 일상의 소소한 아픔들에 관하여 그는 토로하고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을 기억한 채로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그래서 깊은 숲속을 걷는 기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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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jpg  안녕하세요. 저는 난다 (Nanda) 라고 합니다. 이번 인터뷰는 약 두 시간 정도 진행할 예정이고요, 처음엔 디자이너 그룹 401 by 의 운영자로서, 그 다음엔 브랜드 henooc 의 디자이너로서 노현욱 씨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괜찮나요?

네.

q6.jpg  그럼 우선 정확한 연대를 기록하고 싶어요. 401 by,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사이트를 만든 건 06년 4월이었어요. 주얼리를 만들던 누나와 함께 401 by 를 오픈하고, 제가 해외 브랜드 수입을 담당했지요. 처음에 401 by 라고 이름을 지었던 것은 당연히 그 뒤엔 디자이너, 아티스트의 이름이 와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데, 당시로선 여건이 안 되니까 수입 브랜드로 구색을 맞추었던 거죠. 그러다 07년 봄에 폴 앤 앨리스와 제휴가 됐고, 저 역시 의상을 준비해서 봄 시즌을 열었어요. 본격적인 컬렉션은 08년 2월부터. 그때까지 모인 디자이너들의 S/S 와 F/W 상품을 취합한 컬렉션 a.a.a.a. 를 진행했고, 8월엔 두 번째 컬렉션을 다시 열게 되었습니다.

q6.jpg  굉장히 빨리 두각을 나타내었는데요.

그러니까 사실 저희도 그런 얘기를 하는데, 07년 이전에는 디자이너가 옷을 만들어서 팔 수 있는 공간도 없었을 뿐더러, 신진 디자이너들이 이렇게 모이지도 않았을 때인데, 401 by 를 계기로 디자이너들에게 약간이나마 자신감을 주었던 것 같아요. 언론에서도 조금씩 이런 흐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중들도 그런 정보들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죠. 아무래도 모여 있다 보니까, 이런 시도들이 조금 더 크게 보였던 것 같아요.

q6.jpg  몇 개의 브랜드가 모여 있는 건가요.

henooc 을 포함해서 열한 개의 브랜드에요.

q6.jpg  인디 레이블을 모은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쉽지 않았을 텐데요.

처음에 폴 앤 앨리스를 만날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 이후엔 굉장히 많아졌어요. 세 달에 한 번 미팅을 하던 것이 이제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브랜드, 보통은 두세 개의 브랜드와 미팅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들에게 401 by 라는 곳은 매력 있는 공간이죠. 시장 물건을 파는 것도 아니고, 디자이너끼리 경쟁할 수 있는 구도가 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소비자에게 그리 썩 좋은 곳은 아니죠.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인구가 일 억이 넘고 국민 소득이 얼마 이상이 되어야 시장이 형성되는데, 한국의 경우엔 점차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불황이기도 하고. 디자인을 하겠다는 친구들은 넘쳐나는 상황인데, 시장은 점차 협소해진다는 거죠.

q6.jpg  그렇다면 타개책은.

우선 스타일에 중점을 둘 생각이에요. 그에 맞춰서 이번 봄에 리뉴얼을 할 예정이고요. 바꿔야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브랜드 옷이다 보니 시즌에 맞춰 업데이트가 되고 나면 사이트 전체가 멈춰 있는 인상이거든요. 그래서 봄부터는 다시 바이어로서, 현지에서 옷을 고르고, 수시로 업데이트할 생각입니다. 401 by 가 가진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다 새롭게 스타일을 제시하자는 거죠.

q6.jpg  스타일을 제시한다고 했을 때, 각 브랜드의 믹스 매치, 공동 작업은 어떤가요.

콜라보레이션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건 아니에요. 일례로, 로망을 컨셉으로 똑같은 원단을 사용해서, 전혀 다른 디자인을 선보였던 프로젝트가 있었고요. 말씀하신 맥스 매치도 3회까지 진행한 바 있는데, 이런 시도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은 운영진과 각 브랜드의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로서는 사이트 활성화를 위해 이것저것 시도하는 편이지만, 각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자신만의 디자인을 전개해나가는 것만으로도 사실 벅찬 일이거든요. 최근엔 401 by 라는 이름으로 레이블을 만들어보잔 제안도 해봤지만, 이런 게 참 눈치가 보이는 것이, 401 by 라는 이름으로 무언가 시도하는 것을, 디자이너들이 원치 않아요. 그들에게 401 by 는, 다른 곳과 별반 차이가 없는 편집 매장일 뿐이라는 거죠.

q6.jpg  하지만 분명 달라요. 401 by 는 젊은 예술가들, 신진 디자이너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요.

물론 그렇겠죠. 401 by 는 클럽도 운영하고 있는데, 회원 칠백 명의 팔십 퍼센트는 예능계에 종사하고 있어요. 그들이 보기에 401 by 는 산뜻하고, 처음 옷을 만들었을 때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으니까, 그런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아할 순 있어요. 하지만 그래봤자 여기는 옷가게라는 거죠. 그렇게 스스로 점점 변하는 것 같아요.

q6.jpg  해외 판로는 어떤가요.

henooc 의 경우엔 파리의 가자지구와 룩셈부르크에서도 판매가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개인 브랜드이다 보니 관리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현재로선 포에바몰과 플로우, 401 by 에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물론 언젠가는,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야만 하는 시점이 오겠죠. 문제는 그게 언제냐는 거고요. 경제 상황은 앞으로 이 년, 소비 시장이 풀리는 것은 사 년 정도를 보고 있는데, 그 때까지는 상황을 주시하려고 합니다.

 

클릭하시면 401 by 가 새창으로 열립니다.

 

q6.jpg  사실 그런 말씀을 전에도 몇 번 하셨는데요. 나는 장사꾼이다. 이곳은 쇼핑몰이다. 그렇게 말씀하실 때 마다 예술가로서 자괴감이 느껴져요.

음... 꼭 그런 것은 아니에요. 저는 제가 예술가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거든요. 예술가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걸어놓으면 그 뿐이지만, 디자이너는 반대로 소비자에게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보기에 예쁜 옷보다 남들이 보기에 예쁜 옷이 더 좋은 것 같고요. 한 사람의 옷장에 제 옷 열 벌이 있는 것 보다, 열 사람의 옷 장에 제 옷 한 벌씩 걸려 있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해요. henooc 의 옷이 점점 미니멀하게 변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고요. 다만 이런 전략에 의해서 디자인이 나오는 것은 아니에요.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아무리 커머셜하게 만들어도, 결국엔 자신의 정체성과 스타일이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자괴감이 느껴졌다면, 그건 포장이겠죠 :)

q6.jpg  하지만 전반적으로 좀 자신감이 없어 보여요. 몇몇 매체에서도 아직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라는 정도의 말씀을 하신 적이 있고요.

네. 조금 쑥스럽기는 해요. 창피하고, 자신감도 없지요. 그래서 남들이 뭐 하냐고 물으면, 그냥 옷 팔아요, 하고 말아요. 실은 패턴과 가봉도 꽤나 치밀하게 하는 편인데, 역시 아직은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6.jpg  하지만 이미지라는 게 있잖아요. 단적으로 말해서, 소비자 가격은 원단이나 스타일 보다 브랜드 이미지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가령 핏보우의 경우 자신감이 넘쳐 흐르잖아요. 디자이너로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조금은 낯간지럽겠지만, 이것은 예술가의 작품이다 장담해주는 편이, 소비자에겐 오히려 더 큰 만족감을 선사할 텐데요.

네. 그렇다고들 하더라고요. 하지만 믿고 있는데, 그렇다고 제가 자신 없는 사람으로 보일 것 같진 않아요. 자신이 없다면 사이트를 운영하고, 레이블을 전개하고, 영상을 제작할 수도 없었겠지요. 오히려 주위에선, 뭘 믿고 저렇게 자신감이 넘치나, 핀잔을 줄 정도니까요. 낯을 가리긴 하지만, 좀 빼주는 거죠. 하지만 나 좀 잘 해요-  뭐, 이런 느낌? :)

q6.jpg  09년 시즌 상품은 언제 볼 수 있나요.

우선 디자인은 다 됐고요, 지금 샘플 작업을 하는 중인데, 3월부터는 봄 상품이 차례대로 나와요. 아이템은 열 개 정도. 아우터가 세 개, 반팔 티셔츠, 그리고 레깅스가 조금 많은데, 아무래도 401 브랜드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기본 셔츠를 좀 더 만들 생각이에요.

q6.jpg  컨셉은요?

작년 F/W 와 올해 S/S 는 샤인이라는 큰 틀에서 전개하고 있는데, 작년엔 그림자였고요. 이번에는 양지와 햇살의 느낌이에요. 숲속에 햇살이 들어오는……. 컬러는 기본적으로 나무 느낌이 나는 브라운, 그린, 스카이 블루가 위주고요, 이너는 화이트. 흔히 말하는 보헤미안의 느낌으로 풀어가려고 해요.

q6.jpg  기존엔 감수성 어린 단정한 느낌이 많았는데요.

네. 제가 원래 섹시한 느낌을 좋아하지 않아서요. 제 여자 친구가 키 173cm 에 글래머면 너무 싫을 것 같아요. 흔히 말하는 압구정 예쁜 언니들 보다 효자동의 키 작은 여자애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소박한 느낌. 아무래도 제가 좋아하는 여성상을 그리게 되겠죠. 그래서 제가 여성복을 만들면, 그게 정말 여자 옷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예쁘기는 하지만 여성스럽지는 않다고요. 남자 같기도 하고, 여자 같기도 한 느낌.

q6.jpg  드러내고 꾸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충분히 고려한 느낌이 들어요.

네. 그게 제가 가장 바라는 스타일이에요. 멋 부리는 것이 아니라 멋스러운 느낌.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6.jpg  마지막으로 henooc 은 무엇이다,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henooc 의 정체성이라고 한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각자 판단해주었면 좋겠어요. 제가 먼저 나서서 뭔가를 정의하고 나면 방향성이 그만큼 제한될 것 같아서. 저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옷도 나이가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henooc 은 변할 거고, 그러한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

q6.jpg 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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